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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쓰기

반말 2011/11/29 07:08
내가 학교에서 하는 일은 대개 다음과 같은 카테고리로 나뉘어진다.

- 논문찾고 읽기
- 매트랩이나 프로그래밍 등 기본기 연마 (주로 사용할 일이 코앞에 닥쳐야 이루어진다)
-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데이터 얻기
- 그리고 내가 한 일을 논문의 형태로 출판하기.

뭐 하나 쉬운게 있겠냐마는 (논문을 제대로 찾고 읽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구슬을 하나하나 만들었다가 맨 마지막에 꿰는,
마지막 단계의 논문쓰기가 연구의 백미이자 가장 힘든 일이다.

일례로,
분야와 연구실에 따라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많은 그룹에서 논문의 credit을 가져가고, 논문을 대표하는 사람인 제 1 저자를
실험을 한 사람도 아니고, 데이터를 해독한 사람도 아니고, 논문을 지도한 사람도 아니고
논문을 쓴 사람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아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간단할 수도 있을텐데
커피 한잔 앞에 놓고 가끔 머리도 긁적거려가며 고생담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 이 연구를 왜 했는지.
- 어떤 방법을 써서 어떻게 연구를 진행했는지.
- 무슨 데이터가 나왔고 이게 무슨 뜻인지
-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 다른 사람들은 무슨 연구를 했고 내 연구랑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짜임새 있게 짧게는 3페이지에서 길게는 10페이지 안에 담겨야 한다.
영어가 아니라 한글로 쓰면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써보면 한글로 쓴다고 해서 그렇게 쉬운 것만은 또 아니다.

잔뜩 긴장해서 글 한 편을 어찌어찌 써놓고 다시 읽어보면
내가 쓴 글이지만 참 못썼다 싶고
왜 앞에서 한 말을 뒤에서 또 한건지
그래놓고도 정작 중요한 말은 빠트린건지

무엇보다
어쩜 이렇게 읽기 싫을정도로 재미없게 써놓은 것인지
내 뒤통수를 빡 하고 한대 갈기고도 싶을 때가 많다.

결국 다시 봐야되고
이렇게 두세번 본 원고를 공저자들에게 돌리면
표현이나 문장이나 그림의 세부가 바뀌면 다행인데
때에 따라서는 단락이나 문단이 날아가기도 하고
데이터 해석부터 새로 해야 하는 수준이 되면
다시 손을 대기 싫어지는 단계가 된다.

그렇다고 여기서 정지해버리면 이제까지 한 일이 모두 헛되게 돌아가버리니
커피 한 잔 타오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담배도 한대 피우고
도저히 정신적 데미지를 이기기 힘들면 산책하며 한숨 한번 쉬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느린 속도로 타자를 쳐야지.



지금 내가 딱 그렇다.

이래서 사이언스 네이쳐 어떻게 내려는지.
훌륭한 논문을 낸 분들 앞에서는 글쓰기 능력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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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vi 2011/11/29 1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음.. 나도 다음주 어떤 저널에 투고하는 걸 목표로 15페이지짜리 논문 한 편 마무리 중인 입장에서...
    그렇지, 정말 훌륭한 논문을 낸 분들 앞에서는 고개가 숙여진다..;;

  2. 의성 2011/12/29 1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윈도우즈에서 워드로 논문을 쓰면 스트레스 받지 않냐? LaTeX을 쓰는 것은 어때? 리젝 맞고 다른 곳에 낼 때 포맷변경이 몇 분만에 이루어진다구! OTL

    • Favicon of http://lightgrayblue.tistory.com BlogIcon 훨훨 2012/01/02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LaTeX 좋다는 말은 들었는데 한번도 안써봐서.
      배우고 싶은 생각도 없진 않은데 그 문법을 다 새로 배우려니 좀 아득하네.
      다행히 EndNote 라는 녀석이 포맷변경 한방에 해주더라. :)

  3. 2011/12/30 06: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그래도 만약에 나경원이 되면
장애인 관련 정책은 좀 펼줄 알았는데
국회의원으로 있는동안 장애인관련 법안도 낸게 몇개 없고, 그나마도 입법까지 간건 하나뿐인듯.
http://naseoul.com/board/bbs/board.php?bo_table=qna&wr_id=24

서울시민이면 한표 행사했을텐데.
부천시민이라 아쉽네.


출처는 여기.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3636729&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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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vi 2011/10/19 16: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두 후보가 지닌 인물의 격을 놓고보면 정말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매치업인데..
    어느 정도(??.. 이번 시장후보 같은 경우는 번지르르한 겉모습과 말발 빼곤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ㅡㅡ; )만 갖추고 한나라당 타이틀만 달면 기본적으로 받는 지지가 있으니 백중세가 펼쳐지는 듯..

    만약 지금과 같은 한나라당의 말도 안되는 네거티브공세가 먹혀서 1번이 당선된다면, 정말 이번 선거는 최악의 끔찍한 선거 중 하나가 될 듯. 박원순이 안되면.. 대체 누가 될 수 있단 말인지...

    • Favicon of http://lightgrayblue.tistory.com BlogIcon 훨훨 2011/10/25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만약 박원순마저 네거티브로 안되면
      정말 될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밖에 안되지...
      먼지가 없으면 만들어서 털어버리는 한나라당의 능력엔 감탄할 뿐.

      그런데 사람들도 참 희한한게
      새로 뽑은 차에 몰랐던 기스 몇개 보인다고 그 차를 버리고
      연비 안좋고 툭하면 털털거리는 고물차를 택하려는 심리는 알수가 없어.

한국에 와서

반말 2011/10/11 07:37
참 오랜만이다.
이 블로그에 로그인을 하고, 글을 쓰겠다고 창을 연 것이.

지난번 글에 썼던 것처럼
오스트리아에서 두번째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 Assistant Research Professor라는 타이틀을 받아서 왔는데,
흔히 말하는 '교수님'과는 제법 거리가 있는, 아직 한참을 더 걸어야 하는 길의 길목이다.

두 발로 올곧게 서야 하는데 아직 무릎으로 서서 걸어다니는 정도?
앉아있는 사람이 보기엔 "오오 걷는다 걸어! 부럽구나!" 라는 생각이 들테고
서있는 사람이 보기엔 "언제까지 그렇게 앉아있을거야? 어서 일어서!" 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자세.

자세는 그렇다치고
환경이 낯익은데 참 낯설다.

한국이란 나라가 내가 알던 나라와는 조금 다른 것 같고
다니는 학교가 내가 다니던 학교와는 조금 다른 것 같고
연구실 사람들도 내가 알던 사람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익숙한데 낯설다.

말이 잘 통하는 외국에 나와있는 느낌.
3년 반을 비웠을 뿐인데 이런 느낌이라니.
다이나믹 코리아가 이렇게 바뀐걸까,
아니면 내가 외국물을 생각보다 많이 먹은걸까.

매일매일 여행하는 느낌이다.
언젠간 익숙해지겠지.

여유가 조금 더 있으면 좋겠다.
블로그에 글쓸 시간도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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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vi 2011/10/11 09: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이란 나라가 네 생각보다 많이 바뀌기도 했고,
    네가 외국물을 생각보다 많이 먹기도 했겠지..ㅋ

    암튼, 내가 보기엔.. 무릎으로 걷는 사람도 걷는다는 사실 자체가 부러울 뿐이다..;;;

    • Favicon of http://lightgrayblue.tistory.com BlogIcon 훨훨 2011/10/11 17:46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나라도 지금의 나를 부러워했을듯.
      그런데 산넘어 산이라는 표현은 이럴때 있는거더라고 --;

  2. 청비검 2011/10/23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이란 나라가 내가 알던 나라와는 조금 다른 것 같고
    다니는 학교가 내가 다니던 학교와는 조금 다른 것 같고
    연구실 사람들도 내가 알던 사람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아... 저 마음 알 거 같다. --;;

    오늘도 장보러 갔다오다가 송졍과 이야길 했었거든.
    아마 이대로 한국에 돌아가면 적응 못할 것 같다고.

    • Favicon of http://lightgrayblue.tistory.com BlogIcon 훨훨 2011/10/25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너도 일본에서 몇년 살았으니 내 말을 글자 그대로 이해할듯. :)
      그런데 지금은 또 어느새 제법 적응됐다.
      30년동안 쌓인 경험이 몸과 마음을 빠른속도로 되돌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