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반말 2013. 10. 5. 03:10

보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집도 이사를 했고

회사도 이사를 했다.

집은 한 번이지만 회사는 두 번이나.


같은 처지의 동기가 '꿀빨고 있다'고 표현한,

일은 안하면서 월급은 따박따박 받아가는 상태가 몇 달을 이어지다가

오랜만에 일이라는 걸 좀 해 보려고 하고,

출근까지 한시간 반이 걸리던 회사는 30분이면 도착한다.


저녁은 집에 와서 먹을 수 있고,

저녁을 준비해주는 아내 옆에서 뭐라도 하며 일을 돕고

밥을 먹은 다음엔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참 나눠도 

그 전 같았으면 칼퇴근을 해도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들어오던 저녁 8시, 9시.


오가는 한시간씩의 나홀로타임은 잃었지만

효율적인 삶의 패턴을 얻었고, 가족의 온기를 찾고 있다.

회사에서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기대감과 의무감, 책임감을 동시에 부여받아

오랜만에 긴장이 되어, 굼뜬 동작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내가 조금 변한 것 같다.

회사생활에 젖어들어간다고 하면 표현이 딱 맞을 듯.

가슴 속에 불이 없는 건 아닌데

불을 찾기가, 불을 켜기가 귀.찮.다.

꼭 그.래.야.하.나. 싶다.


얼마 전 다시 본 미생 첫 화의 대사가 남같지 않다.


"

나는 변한게 없다. 없어야 한다.

너희들만 변한 것이다.


열심히 안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해서인걸로 생각하겠다.


기재가 부족하다거나 운이 없어 매번

반집차 패배를 기록했다는 의견은 사양이다.


바둑과 알바를 겸한 때문도 아니다.

용돈을 못주는 부모라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리에 누우셔서가 

아니다.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않은

편이어야 한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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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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