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독일인의 사랑

반말 2013. 10. 14. 21:48
얼마만일까. 이런 책을 읽은 게.

종이책보다 인터넷을, 인터넷보다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면서 내 대뇌는 파편화되었고,
파편화된 뇌는 몇 줄로 길게 쓰인 감정과 장면의 묘사를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옮긴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자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일부러 읽었다.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면이 많다는 걸 깨닫고 나서, 내가 모르는 것이 분명한 세계를 엿보고 싶었다.
그나마 책이라는 매체는 오랫동안 가까이 해 온 낯익은 것이라 어색한 세상을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줄을 이어가는 감정과 인용, 장면과 마음의 서술은 역시 불편했다.
논문에서 데이터를 찾아읽는데 익숙해져있던 내 눈은 '그래서 어쨌다고'를 수십번 외치며 페이지 끝으로 달려갔고,
이 상황에서 이런 비유를 들고 저 책의 몇 장을 읽어보라는 주인공들의 대화는 연극적이라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스마트폰으로 144페이지라는, 
길다고도 볼 수 없지만 요새 읽는 글보다는 몇배나 긴 분량을 꾸역꾸역 따라갔더니
작위적으로 보이던 주인공의 서사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동화속 주인공같은 여주인공의 말 속에 담긴 애틋함과 두려움도 느껴졌다.

한 권을 채 읽기 전에 대체 이건 뭐길래! 하는 마음에 <독일 신학>을 검색했지만. 
이 정도의 산만함과 호기심은 너그럽게 넘어가도록 하자.

책 한권으로 감성을 찾았다면 오버겠지만,
책이 끝나갈때쯤 카페에서 나온 곡들이 오랜만에 가슴에 들렸다.








'반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폰그림] 월급날  (2) 2013.10.21
[폰그림] 지렁이  (2) 2013.10.18
[폰그림] 녹차  (0) 2013.10.11
변화  (2) 2013.10.05
굿바이, 갤럭시S2  (8) 2013.09.17
Posted by Pe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