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axy Note 2, Sketchbook Mobile]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요새 야근을 글자 그대로 미친듯 한다.
다크서클이란 녀석도 눈 밑에 달아보고,
회사에서 일하느라 밤도 새고, 택시타고 새벽에 오고.

처음엔 아내가, 다음엔 동료들이,
지금은 나 스스로가 내 몸에 대한 걱정을 하는 건
건강을 야금야금 깎아먹고 있다는 이야기일테지만

밤에 있다보니 알게 되는 것도 많다.
열시쯤 조용히 오셔서 사무실을 청소하시는 여사님.
밤의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음악들.
택시기사님과의 뉴스 이야기.

한편으로, 다른 의미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한달쯤 전, 회사에 꽃이 많이 피었더랬다.
벚꽃을 시작으로 조팝나무, 개나리, 진달래, 철쭉.
자정에 퇴근한 어젠 아카시아 향기도 났다.

이 아이들을 마주보는 시간은 퇴근길.
햇살 아래보다는 가로등 아래서.
수고했다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루시드 폴의 노래 중 '고등어'라는 노래 후렴구.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퇴근하며 스스로에게 불러주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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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xy Note2, Sketchbook mobile]
[구리구리 겨울]

무슨 이런 겨울이 다 있나 모르겠다.

모름지기 겨울이라면 창백하게 푸른 하늘.
습- 하고 공기를 마셨을 때 콧속이 살짝 어는 느낌.
춥지만 맑은 바람에 조금은 설레는 외출.

이래야 하는데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로 하늘은 연일 뿌옇고
살짝 매캐한 냄새에
텁텁한 느낌이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진다.

그림은 우리회사 휴게실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탁 트인 느낌은 커녕 저녁마다 이러고 있으니
올 겨울, 정말 구리구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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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xy Note 2, Sketchbook Mobile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꿈을 잠시 접고 현실을 주워섬기며 시작한 한 해가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다.

정말 바쁘게 뛰어다니고,
밤도 새고, 설레도 보고 실망도 해보고
이성과 감성이 양극단 근처까지 왕복했던 한 해.

좀 지친 상태로 한 해의 끝을 맞이한다.
쉬고 싶고, 눕고 싶다.
하지만 그랬다간 남들보다 확 처질 것 같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용납하기 힘든 상태가 될 것 같아
마음이 참으로 불편하다.

그림은 우리 집에서 보이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정확히는 R4 와 R5 건물.
갤럭시 시리즈를 만드는 무선사업부.
크리스마스에 보니 저 분들, 쉬지도 못하는 것 같다.

연말, 새해는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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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xy Note 2, Sketchbook Mobile]
[산타할아버지, 저희를 잊지 말아주세요]

일년에 한번, 올해도 크리스마스.
예수님의 탄생이 세상에 미친,
가장 와닿는 긍정적인 효과.

휴일이자. 연인들의 날이자.
서구에선 우리의 추석처럼 일가친척이 다 모이는 날.

뭐 생기는 거라곤 사실상 분위기와 특선영화뿐이지만
그래도 어릴땐 많이 기다려 손꼽은 날이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확히는 대학원 입학 후 급속도로,
크리스마스는 그냥 날이 됐다.

비록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삶의 무게에 지쳐 산타를 잊어가지만

산타할아버지는, 저희를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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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반말 2013. 11. 18. 20:35
간만에 소주를 마셨다.
계기는 우리 부서 직급별 회식.

바로 아래인 선임연구원과
바로 위인 수석연구원을 합친 만큼 많은 책임연구원.
그 중 일원으로, 아직은 모르는 얼굴이 더 많은 속에서
고기를 굽고 술잔을 주고 받았다.

사람들은 아직 낯설지만
그들의 체온은 따뜻했다.

가까워지면 더 좋을 사람들.
사람은 사람 사이에 있어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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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그림] 풍경

반말 2013. 11. 8. 17:39


오늘따라 머리에 짙은 안개,
그것도 황사같은 안개가 잔뜩 꼈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와 함께 발버둥을 치다
산소결핍 상태라는 것을 느끼고
일단 손을 좀 놓자고 하고 그린 그림.

일전에 갔던 정호승 시인의 강연에서
잊고있었던 풍경이라는 것이 다가왔다.
어릴적 대구 할아버지댁 한옥엔 풍경이 걸려있었고
바람에 따라 땡그랑거리는 소리는
소시지와 사탕을 좋아하던 내게도 참 맑게 들렸다.

비록 지금은
도시 한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회사 옆에 있는 아파트에서,
처마도 바람도 없이 살고 있지만

거실에 이런거 하나 달고
무심한듯 지나다니는 속에서
가끔씩 짤그랑 소리 들으며 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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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을 때.

반말 2013. 11. 6. 23:32

1. 10살이 되던 국민학교 4학년 때.


다들 그렇겠지만 의식이라는 것이 제법 사람의 꼴을 갖추었을 때, 

내 나이는 한 자리 수였다.


누가 키가 더 큰지 이런 성장이 큰 관심사 중 하나였을 때라,

나이가 두 자리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을 계속 품고 있었고

사방에서 폭죽이라도 울리려나 싶었지만,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슥- 지나갔다.



2.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시험을 통과했을 때.


전교 1,2등 하는 학생들도 떨어지는 게 과학고 입학 시험이라,

전교 수십등 하던 내가 과학고 시험을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말린 사람은 다름 아닌 담임선생님이셨다.

그 다음으로 적극적으로 말린 사람은 다른 과목 선생님들.


우리 부모님도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기보다는 선생님들이 시험을 못보게 하니

믿음과 소망보다는 오기에 가까운 감정이 눈에 많이 띄였고,

중3때 같은 반 친구들은 돈내기를 했는데 떨어지는 데 건 녀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사실 경시반에 들어가기만 했지,

그 안에서는 하위권에 속했던게 솔직한 내 성적이라 

선생님의 관심도 다른 친구들에게 쏠려 있었고, 

그래서 승부욕따위 없는 내게도 두고보자 하는 마음이 약간은 생겼다.


시험을 봤고,

9명의 우리 학교 출신 응시자 중 3명의 합격자 안에 들었지만,

그래서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기분은 참 좋았지만,

그래서 방안을 뛰어다니며 소리도 질렀지만.


이상하게 그 순간부터 소리를 지르는 입과 달리 머리는 차가워졌다.

아.. 붙었구나. 

그렇구나.


3년 뒤 수능을 봤을 때도,

우리 학교에서 그다지 난 공부로 주목받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사상 최악의 난이도였던 당시 수능과 난이도에 관계없이 점수가 일정한 징크스의 행운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에 합격했을 때, 이 때도 생각보단 덤덤했다.


아.. 붙었구나.

다행이다.


아마 전 해에 카이스트 시험에서 떨어졌던 경험 때문에, 

좋다는 생각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았을까.



3. 박사학위 발표를 통과했을 때.


이 때는 많이 달랐다.

연구실 회식을 할 때만 해도 웃고 즐기며 축하인사에 고맙다고 껄껄 웃다가 나왔는데,

지금의 아내가 되어있는 당시의 여자친구를 만나서는 뭐가 그렇게 북받쳤는지 엉엉 울었다.


뭐였을까. 

그 느낌은.

뭔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4. 그리고 오늘.


대학원 과정 내내 교수님께서 반복해서 말씀하신 것이 있었다.

젊은 연구자라면 논문 숫자가 나이만큼은 있어야 한다.


지금이야 논문의 양적 질적 인플레가 심해져서 저 말이 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온 국민이 월드컵으로 붉은악마가 되었던 2000년대 초반엔 넘사벽으로 들렸다.

7년만에 대학원을 벗어날 때 손에 쥐었던 논문의 갯수는 겨우 초등학교를 입학한 나이.


그리고 오늘. accept된 논문의 author proof를 손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올해 논문이 좀 많이 출판된 것 같은데.. 하는 생각.


세어보니 논문이 79년생인 내 나이를 조금 넘었다.

대학원에 들어온지 13년만.

그동안 밀린 논문들이 올해 나와준 덕이 크다.


이 순간을 꽤 많이 상상했는데.

케익이라도 사놓고 조촐한 파티를 해야지 했는데.

어제 아내가 우연히 실수로 사와서 뜬금없이 켰던 초는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구나.


이 모든 논문엔 나를 도와준 많은 분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

모두가 내 스승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덕택에 많이 배웠고, 배우고 있습니다.


회사에 몸담고있는 만큼 이 논문들이 어떻게 쓰일 지는 나도 모르겠다.

좋은 일(...)에 쓰이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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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그림] 월급날

반말 2013. 10. 21. 00:33



우리회사 월급날은 매월 21일.

이번 달도 그렇듯, 월급은 통장에 스칠 것이다.


일부는 일년 뒤에 약소한, 정말 약소한 이자를 달고 올 테지만...

그나마도 2년 뒤엔 집주인에게 인상된 전세금의 형태로 전달되겠지.


그래도 간만에 받는, 의욕넘치는(?) 월급.

이거 받고 힘내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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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그림] 지렁이

반말 2013. 10. 18. 21:19



유달리 비가 많이, 오래 왔던 올 여름

화단에 면한 인도에는 무수히 많은 지렁이들이 기어나왔다.

그리고 인파에 밟혀 터져 일부는 아직 살아 꿈틀거리고, 일부는 버려진 구두끈같은 형상이 되었다.


비가 오면,

지렁이가 파들어가서 사는 흙에 물이 차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숨이 막혀 땅 위로 올라오는 거란다.

그리고 다시 들어갈 수 있는 흙바닥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보도블럭을 구분하지 못하고

기어나왔다가 그 길로 엔딩.


물론 운이 좋은 녀석들은 살아남겠지만.


여름에 내가 겪은 일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보겠다고 나온 지렁이들도 남 같지 않고,

터져죽은 지렁이들도 남 같지 않아서

다행히 안다치고 살아있는 녀석들을 보면 집어 근처 풀밭으로 던져주곤 했다.


살아남아. 버텨. 괜히 튀어나와서 죽지 말고.

이런 말을 혼자 중얼거리면서.


일단은 땅 속에 머리를 처박고 살아가고 있는데

이게 나름 괜찮다.

적어도 내 머리 닿는 곳에 있는 흙은 제법 기름져서 살이 오르고,

마음 속의 큰 걱정이 사라진 느낌도 든다.


그러나 결국 이 흙 속에서 만나는 다른 지렁이, 땅강아지, 쥐며느리 등과 부대껴 이겨내야 하고,

10년 15년을 이겨낸다 한들 웬 불도저가 굴러와서 집짓겠다고 쓸어버리면 끝이다.

봐서 비가 적당히 오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 싶으면 지표를 뚫고 나가는게 맞는걸까.


금요일 밤에 맥주 한잔 마시고 알딸딸.


p.s.1.

AMOLED 스크린에서 보고 그린 그림은 LCD모니터로 옮겨서 보면 채도가 확 죽는다.

왜 삼성은 LCD스크린 모델을 안만드는걸까. 흑.

p.s.2.

찾아보니 노트2 색감을 IPS 모니터와 비슷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만들어주신 분께 감사!  http://goo.gl/h8xJsL




덤. 최재천 교수님 강의 들으면서 끄적이다가 그린 그림.

강의장에서 볼땐 닮게 그렸다 싶었는데 집에와서 보니 또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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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일인의 사랑

반말 2013. 10. 14. 21:48
얼마만일까. 이런 책을 읽은 게.

종이책보다 인터넷을, 인터넷보다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면서 내 대뇌는 파편화되었고,
파편화된 뇌는 몇 줄로 길게 쓰인 감정과 장면의 묘사를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옮긴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자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일부러 읽었다.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면이 많다는 걸 깨닫고 나서, 내가 모르는 것이 분명한 세계를 엿보고 싶었다.
그나마 책이라는 매체는 오랫동안 가까이 해 온 낯익은 것이라 어색한 세상을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줄을 이어가는 감정과 인용, 장면과 마음의 서술은 역시 불편했다.
논문에서 데이터를 찾아읽는데 익숙해져있던 내 눈은 '그래서 어쨌다고'를 수십번 외치며 페이지 끝으로 달려갔고,
이 상황에서 이런 비유를 들고 저 책의 몇 장을 읽어보라는 주인공들의 대화는 연극적이라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스마트폰으로 144페이지라는, 
길다고도 볼 수 없지만 요새 읽는 글보다는 몇배나 긴 분량을 꾸역꾸역 따라갔더니
작위적으로 보이던 주인공의 서사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동화속 주인공같은 여주인공의 말 속에 담긴 애틋함과 두려움도 느껴졌다.

한 권을 채 읽기 전에 대체 이건 뭐길래! 하는 마음에 <독일 신학>을 검색했지만. 
이 정도의 산만함과 호기심은 너그럽게 넘어가도록 하자.

책 한권으로 감성을 찾았다면 오버겠지만,
책이 끝나갈때쯤 카페에서 나온 곡들이 오랜만에 가슴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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