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머리에 짙은 안개,
그것도 황사같은 안개가 잔뜩 꼈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와 함께 발버둥을 치다
산소결핍 상태라는 것을 느끼고
일단 손을 좀 놓자고 하고 그린 그림.
일전에 갔던 정호승 시인의 강연에서
잊고있었던 풍경이라는 것이 다가왔다.
어릴적 대구 할아버지댁 한옥엔 풍경이 걸려있었고
바람에 따라 땡그랑거리는 소리는
소시지와 사탕을 좋아하던 내게도 참 맑게 들렸다.
비록 지금은
도시 한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회사 옆에 있는 아파트에서,
처마도 바람도 없이 살고 있지만
거실에 이런거 하나 달고
무심한듯 지나다니는 속에서
가끔씩 짤그랑 소리 들으며 살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