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2가 끝났다.
퇴근길 차안에서 우연히 본 것을 시작으로,
TV도 없는 집이지만 유튜브와 스마트폰의 힘들 빌어 본방보다 며칠 늦게 결국 다 보고 말았는데.
1. 오디션엔 여전한 매력이 있다.
그런데 그 매력이 좀 잔인하다.
자신의 꿈을 위해선 이걸 붙들어야만 하는,
동앗줄에 누가누가 안떨어지고 잘 붙어있나,
또는 어떻게 안밉게 옆사람을 떨어트리나를 봐야 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쇼미더머니는 그게 좀 덜했다.
어쩌다보니 본선 참가자들이 죄다 언더에서 몇년씩 경력을 쌓은 이들이라,
말이 경쟁자지 알고보니 싱글을 몇집까지 낸 경력자들에다 서로의 노래에 피쳐링을 해주는 친구.
다른 오디션과는 조금 다르게, 서로 다 친구같은 느낌이 있어서 보니 저렇더만.
일부는 심사위원석에, 일부는 참가자로 서있을 때는 서로 불편했을 것도 같지만,
다같이 모여서 하는 공연을 가면 정말 재밌겠다 싶다.
2. 내 스타일
좋아하는 스타일이 몇개 있는데, 이것들을 여럿이 나눠가졌다.
지조의 능글맞음.
매드클라운의 성실해 보이는 인상.
소울다이브의 심지굳음.
스윙스의 귀여움 (...)
제이켠의 뻔뻔(해 보임).
3. 딘딘
딘딘을 보면서, 내 안의 분노가 많이 치유된 걸 느꼈다.
엄마카드를 긁어대며 외제차를 몰고 비싼옷을 사입는 생각없는 청년으로 묘사된 딘딘.
'딘딘의 컨셉을 이렇게 잡겠어'라며 대놓고 저런 모습을 몰아서 보여줄 때가 있었는데
옛날같으면 더 볼 생각도 안하고 열등감이 분노로 폭발돼서 정말로 재수없게 봤었을 상황.
그런데 왠지 그냥 덤덤하게 '아.. 쟨 저렇게 사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봤고,
공연을 거듭하며 멋있게 성장하는 모습엔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초기모습 대비 가장 성장했다고 스스로 딘딘을 평가하는 반면에선 스스로도 갸웃.
내가 딘딘같은 캐릭한테 좋은 평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하며.
몇살 더 먹은 나이가 발라준 윤활유일까.
삼성이 제공한 경제적 안락함(?)이 내게 준 여유일까.
돈에 얽힌 분노가 많이 가라앉았다는 건 확실히 느꼈다.
뺀질이로 나오던 제이켠이 돈 때문에 모친을 잃고,
스스로도 공장에서 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 급 가까움을 느꼈던데서는
여전히 컴플렉스는 내 안에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지만.
4. 랩
잘 하지는 못해도 듣는 건 참 좋아하는 장르.
정확히 말하면 듣는 것보다 가사를 보는 걸 더 좋아하는 장르.
패닉의 노래로 김진표를 알게 되고
8 miles란 영화를 우연히 보면서 랩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게 됐는데
스마트폰에 적힌 가사를 스크롤하며 녹음을 하고
아이패드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연습을 하는 모습은 어우, 새삼스러워라.
내가 알던 랩이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5. 쇼미더머니 1
쇼미더머니 시즌2를 보면서
작년에 쇼미더머니 시즌 1이 있었다는 사실을 참 빨리도 알게 됐다.
뒤늦게 찾아본 영상에서 알게 된 가리온의 매력 - 뭔가 불안하면서도 매력이 있는 리듬을 탄다.
그리고 여전히 잘하는 MC스나이퍼.
알지 못했던, 그러나 지금은 아는 수많은 랩 아티스트들.
그들이 노력만큼 보상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다고 언젠가의 50 cent 처럼 모피코트 걸치고 고급차에서 있는 티 내는 뮤비는 찍지 말고.
지금의 순수한 열정. 그게 좋으니까.
반년동안 레미제라블을 꽂고 다녔던 귀를
이젠 랩에 좀 내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