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버스

반말 2013. 8. 28. 20:04
칼퇴근을 하는 날이면,
너 오늘 일은 다 마쳤냐는
꾸지람을 듣는 것처럼 환해
마음이 불편하던 퇴근버스의 창 밖이,

요 몇주 정신을 못차린 새
책을 보기 불편할 정도로 어둑해졌다.

입사를 한지 8개월이 지나가고.
그동안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있고.

내가 겪는 어려움은 그저 내 탓이려니.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 뭘 바랄까.

천장의 희미한 조명때문에
묘하게 나직한 퇴근버스 속에서
하루에 지친 사람들이 쳐다보는 건 스마트폰.
무슨 사진을 게임을 동영상을 카톡을 하는지
어두운 실내덕에 저 멀리 앉아계신 분까지 잘도 보인다.

뒷자리 사람에게 내 화면도 보이겠지.
뭔진 몰라도 하얀 화면에 까만 글자를 박아대는 모습.
참 촌스럽겠다. ㅎㅎ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마친 오늘.
흙묻은 군화와 초소 속에서 모기에 물린 팔을 들고 가는 길.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잘 견뎠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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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00 공연.

6시 30분 퇴근버스를 타고 부랴부랴 달려왔는데,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한주간 사람을 산채로 쪄버릴 것 같은 날씨에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쳐있었고,

이래저래 일들이 많아 정신적으로도 반쯤은 탈진상태여서 그냥 표를 다른 분께 양도를 해드릴까 했는데

퇴근 버스에서 완전 정신을 놓으며 체력을 회복하고 그냥 갔다.


티켓 가격은 1인당 2만원, 좌석은 3층 2열 맨 왼쪽 귀퉁이 두 자리.

공연 자체는 2만원이 아니었지만, 좌석의 위치를 합치면 2만원이라는 가격이 딱 적정했던 공연.

무대 전체가 잘 보였고 소리도 결코 문제없이 잘 들렸지만, 배우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 이거 크더라.


무대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간 내가 봤던 레미제라블이 올해 개봉한 영화, 10주년 및 25주년 기념 콘서트라서

유달리 큰 공연만 봤던건지, 무대를 보고 '엇 작다' 하는 생각이 제일 처음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 봤던 마술피리의 무대도 결코 이보다 더 크진 않았더랬다.


아마 이게 정상적인 크기겠지.


처음 30분간은 실망의 연속.

배우들 얼굴은 안보이지, 목소리에 비해 오케스트라 소리가 너무 크다 싶었지,

게다가 왜 이렇게 진행은 성급하게 하는지.

비교적 초반에 나오는 I dreamed a dream에서 아무 감흥을 못느낄 정도.


전개 속도가 상당히 왔다갔다 하다가, 팡틴이 죽을 때쯤 정상을 찾았으나

분위기를 환원해줄 테나르디에의 master of house에서 다시 산만. 

임춘길 배우의 연기가 아쉬웠지만, 이게 곡도 어렵고 가사도 어렵고 진짜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다.

10주년 기념 공연에 등장했던 Alun Armstrong을 제외한 모든 Master of House는 사실 죄다 실망.

- 심지어 25주년 기념 콘서트도 별로. 테나르디에는 오리지널 멤버인 Alun Armstrong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

- 이광수를 닮은, 2013년 영화판에서의 Sacha Baron Cohen도 독특한 맛은 있지만 그것뿐.


다행히 마담 테나르디에를 맡은 박준면 배우가 원작에 충실한 연기로 분위기를 엄청 잘 살려줬음.


역대 최고의 테나르디에, 그리고 역대 최고의 Master of House. 이 사람은 그냥 테나르디에 자체.

마담 테나르디에, Jenny Galloway야 말할 것도 없고.


혁명분위기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극의 전개 속도도, 배우들의 연기도 뭔가 안정을 찾은듯한 느낌.

특히 가브로쉬를 맡은 탕준상 배우.

이제까지 봤던 모든 가브로쉬 중에서 단연코 최고다.

다소 늘어진 전개에 피곤했던 사람들이 이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


자베르역을 맡았던 문종원 배우가 부상으로 2주간 쉬게 된 바람에 

앙상블에 있던 김용구 배우가 새로 자베르를 맡았는데,

갑자기 배역이 바뀌어서 그런지 혼자 있을 땐 잘 했지만 장발장과 격투신이라던가, 합을 맞추는 부분은 좀 아쉬웠다.


장발장을 맡은 정성화야 말할 것도 없고,

에포닌을 맡은 박지연, 앙졸라를 맡은 김우형 배우는 완전 안정적인 연기.

전체적으로 매우매우 만족한 공연이었으나...


가사는 절반정도는 만족,

절반정도는 내가 다시 써주고 싶을 정도의 에러에러에러.

원 가사의 뜻을 살리면서 운율까지 맞추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한다, ~한다, ~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건 좀 그렇고

노년의 장발장에게 앙졸라와 마리우스는 어찌나 예를 잘 갖추던지, ~해요, ~해요, ~해요.


One day more나 On my own 같은 음악은 정말 잘 바꿔놨던데,

브리지 곡들은 정말 답답할 정도로 못바꾼 느낌이... 

번역을 다른 사람들이 맡아서 했나 싶을 정도로 일관성이 없었다.


레밀리터리블로 유명했던 공군 홍보팀이 얼마나 개사를 잘 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으니까.


뮤지컬 시장이 크지 않아서 다들 고생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좋은 공연 만들어줘서 고맙지만 가사 번역에 좀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싶다.


p.s.

긴 공연이 끝나고 나니 밤 11시.

합정역까지 전철로 와서 택시를 타려는데 그 시간에도 날씨는 찜질방.

택시들은 사람을 얼마나 가리는지, 콜택시를 불러서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이 날씨가 이제 보통의 여름날씨가 된다는데, 대 격변이 일어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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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화백의 작품 중 등장인물은

(레퍼런스 필요!)



벼룩의 점프원리를 이해하고 있던 것...

Biomechanics of jumping in the flea. Sutton, G.P. and Burrows, M. (2011).    J.Exp. Biol. 214, 836-847.


둘 다 나온지 좀 된건데 의외로 둘을 한데 엮은 자료가 없어서

기록용으로 블로그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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