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쌀쌀하던 4월 6일의 학교한바퀴 코스.
요즘같이 날이 풀리기 전부터, 가급적 매일 학교를 한바퀴씩 걷고 있다.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4~7 km 거리.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을 좀 넘기는 정도.
1997년 3월에 입학하고 나서 첫 공강시간에 고등학교에서부터 같은 과에 들어온 친구 두 명과 함께 걸었고,
(그 때는 다음 수업시간에 쫓겨 한바퀴를 제대로 걷지도 못했지만)
대학원 입학 초기에 선배들이랑 같이 달리기를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때와 다른 큰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GPS를 달고 있으면서 지도까지 그려줄 수 있는 녀석이 있다는 점.
그리고 나이도 30대 중반이 되어버려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다는 점.
점심을 먹고 노곤해져서 자리에 앉아있어도 일은 손에 안잡히고 꾸벅꾸벅 졸 것 같을 때.
일이 잘 안풀려서 갑갑해질 때,
뭔가 좀 차분하게 고민할 거리가 있을 때 학교를 한바퀴씩 도는데
이게 재미가 쏠쏠하다.
GPS가 없을 때는 막연하게 순환도로를 따라서 돌았는데,
GPS가 지도 위에 내 족적을 표시해주니 순환도로가 학교의 외곽선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서울대학교의 영역이라고 표시되면서도 내 발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서
샛길도 가보고,
몰랐던 작은 언덕에도 올라보고,
건물 뒤로도 들어가보고.
내부의 샛길도 예외는 아니다.
오랫동안 다녔던 공대쪽 길은 수업이든 심부름이든
다양한 이유로 큰길로 건물 사이로 여기저기를 쏘다닐 수 밖에 없지만
문과대, 예술대 쪽은 갈 일도 별로 없고
어쩌다 그리로 들어갔더라도 길을 잃을까봐서라도 큰 길로만 다녔더랬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안가본 곳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대항해시대 2였나.
메르카토르의 용역을 받아 지도를 채우는 기분.
오페라 아리아가 벚꽃 속에서 울려퍼지던 음미대. 이런 곳이 있는 줄 이제까지 몰랐더랬다.
15년 전 처음 이름이 걸렸던 학교를 이제서야 알게 되는 것 같은....
1997년 5월에는 꽃이 예쁜 줄 처음 알았는데,
2012년 5월에는 학교가 예쁘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
이 곳에 아주아주 오-래 뿌리내리고 살고 싶은데.. 가능할런지.
p.s.
논문 rewritting을 앞두고 손풀기로 쓴 글인데...
확실히 이정도 길이의 글도 안쓰니까 녹슨다는 걸 깨달았다.
몇편 더 쓰고 논문 새로쓰기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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