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한바퀴

반말 2012. 5. 9. 21:55


아직 쌀쌀하던 4월 6일의 학교한바퀴 코스.


요즘같이 날이 풀리기 전부터, 가급적 매일 학교를 한바퀴씩 걷고 있다.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4~7 km 거리.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을 좀 넘기는 정도.


1997년 3월에 입학하고 나서 첫 공강시간에 고등학교에서부터 같은 과에 들어온 친구 두 명과 함께 걸었고,

(그 때는 다음 수업시간에 쫓겨 한바퀴를 제대로 걷지도 못했지만)

대학원 입학 초기에 선배들이랑 같이 달리기를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때와 다른 큰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GPS를 달고 있으면서 지도까지 그려줄 수 있는 녀석이 있다는 점.

그리고 나이도 30대 중반이 되어버려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다는 점.


점심을 먹고 노곤해져서 자리에 앉아있어도 일은 손에 안잡히고 꾸벅꾸벅 졸 것 같을 때.

일이 잘 안풀려서 갑갑해질 때,

뭔가 좀 차분하게 고민할 거리가 있을 때 학교를 한바퀴씩 도는데

이게 재미가 쏠쏠하다.


GPS가 없을 때는 막연하게 순환도로를 따라서 돌았는데,

GPS가 지도 위에 내 족적을 표시해주니 순환도로가 학교의 외곽선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서울대학교의 영역이라고 표시되면서도 내 발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서


샛길도 가보고,

몰랐던 작은 언덕에도 올라보고,

건물 뒤로도 들어가보고.


내부의 샛길도 예외는 아니다.


오랫동안 다녔던 공대쪽 길은 수업이든 심부름이든

다양한 이유로 큰길로 건물 사이로 여기저기를 쏘다닐 수 밖에 없지만

문과대, 예술대 쪽은 갈 일도 별로 없고

어쩌다 그리로 들어갔더라도 길을 잃을까봐서라도 큰 길로만 다녔더랬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안가본 곳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대항해시대 2였나.

메르카토르의 용역을 받아 지도를 채우는 기분.


오페라 아리아가 벚꽃 속에서 울려퍼지던 음미대. 이런 곳이 있는 줄 이제까지 몰랐더랬다.


15년 전 처음 이름이 걸렸던 학교를 이제서야 알게 되는 것 같은....


1997년 5월에는 꽃이 예쁜 줄 처음 알았는데,

2012년 5월에는 학교가 예쁘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


이 곳에 아주아주 오-래 뿌리내리고 살고 싶은데.. 가능할런지.




p.s.

논문 rewritting을 앞두고 손풀기로 쓴 글인데...

확실히 이정도 길이의 글도 안쓰니까 녹슨다는 걸 깨달았다.

몇편 더 쓰고 논문 새로쓰기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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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magnetics

존대말 2012. 4. 9. 21:40

5월에 micromagnetics에 관한 발표를 하게 되어서,

내가 10년째 몸담고 있는 이 분야의 출판 현황이 궁금해서 전체적인 검색을 해봤습니다.

검색은 제가 논문을 찾을 때 주로 사용하는 www.scopus.com 에서 수행했고,

확인을 위해 web of knowledge에서 비슷한 검색을 수행했는데 비슷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검색어는 "micromagnetics" OR "micromagnetic" OR "micromagnetism" in All Fields



1. 출판된 논문 편수



micromagnetics라는 분야가 열린 것이 1964년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라는 분야 특성상

컴퓨터의 성능이 크게 발달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출판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작년(2011년)엔 처음으로 1000편을 넘었고

올해(2012년) 1분기엔 250편을 넘었네요.



2. 출판 저널



가장 많이 출판된 저널은 Journal of Applied Physics,

그 뒤를 뒤따르는 것이 IEEE Trans. Magn., JMMM, PRB, APL, PRL, JPD 입니다.


Science, Nature 이런건 없네요. ㅠ.ㅠ



3. 가장 많이 논문을 낸 사람들



Thomas Schrefl, Josef Fidler, Dieter Suess, Werner Scholz.

제가 오스트리아에 있을 때 있던 그룹이 단연 최고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엄한 데 다녀온건 아닌 것 같아요. :)


카네기멜론의 Jimmy Zhu 교수님도,

Bertram과 Kronmueller, 등등,

낯익은 이름들이 많이 보입니다.


4. 가장 많이 논문을 낸 기관


미네소타대학과 UCSD가 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제가 있던 빈공대는 인적 자원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3등입니다.



5. 가장 많이 논문을 낸 국가



단연 미국이 압도적.

한국은 10등입니다.



6. 출판 형태



Article과 Conference Paper가 거의 다네요.



7. 분야



물리학과 재료과학, 공학이 5분의 4 정도를 차지하는 가운데,

다른 분야도 쏠쏠히 있습니다.


이 데이터,

나 뭐했다, 어디 다녀왔다 말할때 잘 써먹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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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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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하느라 블로그를 안했고,
가끔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말이 있을 때도 '나나 잘하자' 라는 생각과 '지금 이럴 시간이 있나' 라는 이유로
이 블로그를 비롯해서, 페이스북에다가도 긴 글은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글을 안쓰다보니,
그러면서 논문만 가끔 쓰겠다고 끄적거리다보니 글이 참 안써진다는 걸 느낀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수년 전, 블로그를 처음 만들 때도 비슷한 이유였다.
당시 잘 가던 게시판에 도저히 동조할 수 없는 글이 올라와서 반박을 하고 싶었는데,
대학원에 들어온 이후 글 자체를 아예 안썼더니 반박글이 써지지가 않았다.
내용은 고사하고 문장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거다.

2003년 당시의 로마 여행사진을 올리며 글을 쓰기 시작했고,
몇년간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쓰다 보니
여전히 명문과는 거리가 많지만 그래도 전에 비해선 좀 나아졌는데...

어느새 다시 글 못쓰고 말 못하는 공돌이가 돼있다.

다시 글도 쓰고
진득하게 생각을 이어가는 훈련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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