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그림] 녹차

반말 2013. 10. 11. 19:26



바람이 쌀쌀...

이럴 땐 따뜻한 녹차 한 잔이 좋다.


갤럭시 노트로 그린, 제대로 된 첫번째 그림.

노트2, 제법 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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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반말 2013. 10. 5. 03:10

보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집도 이사를 했고

회사도 이사를 했다.

집은 한 번이지만 회사는 두 번이나.


같은 처지의 동기가 '꿀빨고 있다'고 표현한,

일은 안하면서 월급은 따박따박 받아가는 상태가 몇 달을 이어지다가

오랜만에 일이라는 걸 좀 해 보려고 하고,

출근까지 한시간 반이 걸리던 회사는 30분이면 도착한다.


저녁은 집에 와서 먹을 수 있고,

저녁을 준비해주는 아내 옆에서 뭐라도 하며 일을 돕고

밥을 먹은 다음엔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참 나눠도 

그 전 같았으면 칼퇴근을 해도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들어오던 저녁 8시, 9시.


오가는 한시간씩의 나홀로타임은 잃었지만

효율적인 삶의 패턴을 얻었고, 가족의 온기를 찾고 있다.

회사에서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기대감과 의무감, 책임감을 동시에 부여받아

오랜만에 긴장이 되어, 굼뜬 동작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내가 조금 변한 것 같다.

회사생활에 젖어들어간다고 하면 표현이 딱 맞을 듯.

가슴 속에 불이 없는 건 아닌데

불을 찾기가, 불을 켜기가 귀.찮.다.

꼭 그.래.야.하.나. 싶다.


얼마 전 다시 본 미생 첫 화의 대사가 남같지 않다.


"

나는 변한게 없다. 없어야 한다.

너희들만 변한 것이다.


열심히 안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해서인걸로 생각하겠다.


기재가 부족하다거나 운이 없어 매번

반집차 패배를 기록했다는 의견은 사양이다.


바둑과 알바를 겸한 때문도 아니다.

용돈을 못주는 부모라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리에 누우셔서가 

아니다.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않은

편이어야 한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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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갤럭시S2

반말 2013. 9. 17. 23:29


내 첫 스마트폰인 갤럭시S2를 오늘 떠나보내고,

새로운 식구인 갤럭시노트2를 들였다.


핸드폰을 바꾼 경험이라면 최초의 핸드폰이었던 한화G2를 시작으로

액정이 폴더 밖에도 있던 KTF의 Neon, 제법 잘나갔던 Anycall의 얇은 금색 모델,

윤도현이 so cooooooool!을 외치던 시기의 팬큐도 약정따라 옮겨다니며 써봤지만,

이번 스마트폰은 전화와 문자 외의 이것저것을 많이 함께해서인지 오랜 친구를 멀리 보내는 느낌이다.

실상은 딱 24개월 사용했으면서.


2년간 써본 결과, 갤럭시S2는 정말 잘 만든 스마트폰 맞다.

2011년 당시로선 최신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진저브레드를 물고 나와서,

상큼한 이미지의 아이폰을 뒤에서 따라가며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젤리빈까지 먹었다.

전작인 갤럭시S가 새로 나오는 안드로이드를 감당하지 못하고 허덕거릴 땐 젊은 허리로 이를 받쳐줬으며,

뒤이어 갤럭시S3, S4가 나와도 기변의 욕심을 딱히 느끼지 못할 만큼 

3G 무제한 요금제에 올라타 업무와 여가 양면에서 든든한 역할을 했다.


퇴근버스에서 이걸 가지고 원격으로 python 코딩도 했고,

dropbox를 이용해서 논문의 원고와 메일에 첨부된 파일을 수시로 확인했으며

비행기에서는 훌륭한 소설책과 동영상 재생기,

화장실에서는 새들을 날리는 게임기가 되어 주었다.

podcast와 phys.org  등으로 재밌는 과학계 소식을 잃지 않았으며,

지금은 접었지만 twitter와 facebook으로 1년에 한번 보기 힘든 친구들과의 연이 끊기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지난 2년간 완성한 폰그림 58장. 얼추 한달에 세 장.

그림을 제대로 취미로 삼은 분들이 보기엔 뭐가 많냐고 할 수도 있으나 산만한 연구원에겐 상상하기도 힘든 숫자.



그림이라는 것이 참으로 정적인 취미인데다 한 번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도 길어서,

엉덩이에 땀띠가 나던 고3때 이후로 이렇게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고,

그저 연습장 귀퉁이에 끄적거리는 심심풀이 정도로 전락(?)해 있던 내 그림이

한시간 반이라는 적잖은 통근시간 덕에 제법 맘에 드는 형상을 많이 갖췄다.


갤럭시노트 시리즈처럼 S노트와 S펜은 갖추지 않았지만

100원주고 산 Sketchbook 앱은 10만원 이상의 성능을 발휘해줬고,

만3천원 주고 산 러버듐 터치펜은 주변의 갤노트 유저가 하나도 부럽지 않게 해 주었다.


내부 회로 어딘가가 녹슬었는지, 

비만 오면 이상동작을 해대는 통에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임무를 맡길 수가 없어서

마지못해 교체하지만,

확신컨대 비오는 날에만 멀쩡했어도 1년은 더 썼을 스마트폰이다.


새로 갤노트2가 쥐어졌으니 이젠 이 친구랑도 잘 지내야겠지.

하지만 너와 함께 했던 2년은 참 즐거웠다.

널 길들이려다 내가 너한테 길들여진 것 같다.

그간 수고했다. 이젠 편히 쉬렴.

2013년 4월 28일에 그린 [장미와 여우].

Petit France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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