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그림] 월급날

반말 2013. 10. 21. 00:33



우리회사 월급날은 매월 21일.

이번 달도 그렇듯, 월급은 통장에 스칠 것이다.


일부는 일년 뒤에 약소한, 정말 약소한 이자를 달고 올 테지만...

그나마도 2년 뒤엔 집주인에게 인상된 전세금의 형태로 전달되겠지.


그래도 간만에 받는, 의욕넘치는(?) 월급.

이거 받고 힘내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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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그림] 지렁이

반말 2013. 10. 18. 21:19



유달리 비가 많이, 오래 왔던 올 여름

화단에 면한 인도에는 무수히 많은 지렁이들이 기어나왔다.

그리고 인파에 밟혀 터져 일부는 아직 살아 꿈틀거리고, 일부는 버려진 구두끈같은 형상이 되었다.


비가 오면,

지렁이가 파들어가서 사는 흙에 물이 차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숨이 막혀 땅 위로 올라오는 거란다.

그리고 다시 들어갈 수 있는 흙바닥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보도블럭을 구분하지 못하고

기어나왔다가 그 길로 엔딩.


물론 운이 좋은 녀석들은 살아남겠지만.


여름에 내가 겪은 일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보겠다고 나온 지렁이들도 남 같지 않고,

터져죽은 지렁이들도 남 같지 않아서

다행히 안다치고 살아있는 녀석들을 보면 집어 근처 풀밭으로 던져주곤 했다.


살아남아. 버텨. 괜히 튀어나와서 죽지 말고.

이런 말을 혼자 중얼거리면서.


일단은 땅 속에 머리를 처박고 살아가고 있는데

이게 나름 괜찮다.

적어도 내 머리 닿는 곳에 있는 흙은 제법 기름져서 살이 오르고,

마음 속의 큰 걱정이 사라진 느낌도 든다.


그러나 결국 이 흙 속에서 만나는 다른 지렁이, 땅강아지, 쥐며느리 등과 부대껴 이겨내야 하고,

10년 15년을 이겨낸다 한들 웬 불도저가 굴러와서 집짓겠다고 쓸어버리면 끝이다.

봐서 비가 적당히 오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 싶으면 지표를 뚫고 나가는게 맞는걸까.


금요일 밤에 맥주 한잔 마시고 알딸딸.


p.s.1.

AMOLED 스크린에서 보고 그린 그림은 LCD모니터로 옮겨서 보면 채도가 확 죽는다.

왜 삼성은 LCD스크린 모델을 안만드는걸까. 흑.

p.s.2.

찾아보니 노트2 색감을 IPS 모니터와 비슷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만들어주신 분께 감사!  http://goo.gl/h8xJsL




덤. 최재천 교수님 강의 들으면서 끄적이다가 그린 그림.

강의장에서 볼땐 닮게 그렸다 싶었는데 집에와서 보니 또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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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일인의 사랑

반말 2013. 10. 14. 21:48
얼마만일까. 이런 책을 읽은 게.

종이책보다 인터넷을, 인터넷보다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면서 내 대뇌는 파편화되었고,
파편화된 뇌는 몇 줄로 길게 쓰인 감정과 장면의 묘사를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옮긴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자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일부러 읽었다.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면이 많다는 걸 깨닫고 나서, 내가 모르는 것이 분명한 세계를 엿보고 싶었다.
그나마 책이라는 매체는 오랫동안 가까이 해 온 낯익은 것이라 어색한 세상을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줄을 이어가는 감정과 인용, 장면과 마음의 서술은 역시 불편했다.
논문에서 데이터를 찾아읽는데 익숙해져있던 내 눈은 '그래서 어쨌다고'를 수십번 외치며 페이지 끝으로 달려갔고,
이 상황에서 이런 비유를 들고 저 책의 몇 장을 읽어보라는 주인공들의 대화는 연극적이라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스마트폰으로 144페이지라는, 
길다고도 볼 수 없지만 요새 읽는 글보다는 몇배나 긴 분량을 꾸역꾸역 따라갔더니
작위적으로 보이던 주인공의 서사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동화속 주인공같은 여주인공의 말 속에 담긴 애틋함과 두려움도 느껴졌다.

한 권을 채 읽기 전에 대체 이건 뭐길래! 하는 마음에 <독일 신학>을 검색했지만. 
이 정도의 산만함과 호기심은 너그럽게 넘어가도록 하자.

책 한권으로 감성을 찾았다면 오버겠지만,
책이 끝나갈때쯤 카페에서 나온 곡들이 오랜만에 가슴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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